불안세대를 읽기 전에 유튜브에서 소년의 시간이라는 작품을 짧게 소개한 영상을 봤다. 충격적이었다. ‘인터넷이라는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어른들은 너무 모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에서도 세대 차이로 인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온라인 세계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유럽과 미국에서 10대 우울증이 증가하고 있는 원인을 분석하며 시작한다. 저자는 그 배경에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있다고 지적한다. 199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자란 세대인 Z세대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청소년기를 보내며 현실에서 삶에 필요한 사회적 기술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고, 그 결과 우울증에 빠지기 쉬운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구글이나 메타 같은 IT 기업의 고위 임원 자녀들이 다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윌도프스쿨에서는 노트북을 비롯한 모든 디지털 기기를 배제하고 교육한다는 점이다. 요즘 학교는 대부분 디지털 기기와 연결되어 있는데, 디지털 최첨단에 있는 사람들이 자녀 교육에서는 오히려 디지털을 철저히 배제한다니,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교육 방식이 충분히 이해되었고, 우리는 아이들을 너무도 위험한 방식으로 키우고 있다는 경각심이 들었다.
저자는 1990년대 이후 다양한 폭력 사건들로 인해 부모들이 아이들을 지나치게 보호하게 되었고, 그 결과 아이들은 자유놀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자유놀이는 부모의 시선에서 벗어나 적당한 위험을 감수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보는 놀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감을 기르고, 자기 조절 능력도 키워간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를 박탈당한 세대는 감정 조절이 미숙해지고, 자존감도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아이를 항상 눈앞에 두고 안심하려는 부모의 태도가 오히려 아이들을 온라인 세계로 몰아넣고 있는 건 아닐까?
‘아이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아이의 성장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실패도 겪고, 그것을 극복해가며 성장하는 게 아닐까. 그런데 요즘 아파트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있어도 스마트폰에 얼굴을 박고 있을 뿐, 제대로 놀지 않는다. 물론 온라인에서도 상호작용은 이루어지지만, 현실 속에서의 상호작용과는 다르다. 현실에서는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감정을 조절하고, 갈등을 풀어가는 방법을 배우며 사회성을 키운다. 반면, 온라인에서의 관계는 일시적이며, 관계 지속을 위한 기술을 익히기 어렵다.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사회성 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책의 글을 인용하자면, 이렇게 이야기 한다.
“호주머니에 든 휴대폰이 학습을 방해한다는 증거는 이제 너무나도 명백하여, 2023년 8월 유네스코는 디지털 기술, 특히 휴대폰이 전 세계 교육에 미치는 역효과를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인터넷이 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 바는 인정하면서도, 전형적인 교실에서 디지털 기술이 학습을 증진시킨다는 명확한 증거는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p.367)
그런데도 우리는 교육에서 디지털화를 더 빨리 추진하지 못해 안달이다. 혹시 우리는 디지털 기기에 잠식당하게 되는 건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미래에는 ‘부유한 아이들’은 디지털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에서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며 자라고, ‘가난한 아이들’은 디지털 기기 속에서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