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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불편한 편의점

by 야야 2024.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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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염영숙 여사는 교사로 은퇴하여 편의점을 운영한다. 부산으로 내려가던 기차 안에서 염여사는 지갑을 잃어버린 사실을 알아챈 후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염여사의 지갑을 주워 전화를 한 사람은 노숙자였다. 서울역 근처에서 만나기로 하고, 노숙자를 만나 지갑을 받는다. 그녀의 지갑을 빼앗길 뻔한 상황에서도 자기 몸을 던져 지갑을 지켜낸 노숙자에게 염여사는 마음이 자꾸 쓰였다. 노숙자를 자기가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데리고 가서 편의점 도시락을 제공한다. 편의점 알바생 ‘시현’은 노숙자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지켜본다. 염여사는 부산에 내려가면서 그 노숙자가 오면 도시락을 꼭 챙겨달라고 시현에게 부탁하고 간다. 부산에 간 사이 노숙자는 꼬박꼬박 편의점에 나타나지만, 꼭 도시락 폐기 시간에 맞춰 나타난다. 그런 모습에 염여사는 더 마음이 쓰이고, 노숙자의 이름이 ‘독고’임을 알아낸다. 정확히는 자기 이름이 아니였고, 자기 이름과 과거를 잃어버린 사내였다. 염여사의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던 사람이 갑자기 편의점을 그만두게 되자, 야간 알바를 할 사람을 구하게 된다. 야간 알바를 구하지 못하던 차에 노숙자 ‘독고’를 채용하기로 한다. 노숙자 ‘독고’를 알바로 채용하면서 ‘시현’은 편의점의 일을 하나씩 가르쳐줘야 했다. 말이 어눌하고 노숙자의 냄새가 가시지 않은 사람이었지만, 학습 능력이 빨라 며칠 후 능숙하게 일을 하게 된다. 노숙자 ‘독고’가 ‘시현’에게 남을 가르치는 능력이 보이니, 유튜브로 영상을 올려보라고 말한다. 이 영상으로 ‘시현’은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유튜브를 보고 자기에게 스카웃 제의를 한 편의점으로 이동해 간다. 이후 소설의 줄거리는 염여사 주변의 사람으로 차례차례 그들의 문제점을 노숙자 ‘독고’와 만나면서 해결해 가는 모습을 그려준다.
 

2. 왜 불편한 편의점인가?

  이 소설책을 만난 건 두 번째다. 책을 두 번째 읽게 되면 그 책을 끝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책과도 어떤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연을 뒤집은 첫 책이다. 처음에는 앞에 나온 몇 장을 읽고는 치매에 관한 소재인가 보다 하고 읽기를 그만뒀다. 두 번째 만남에서 치매 이야기를 조금 넘기자 마치 만화 같은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앉은 자리에서 훌훌 책장이 넘어가고, 약간은 코끝이 찡해짐을 느끼기도 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제목이 불편한 편의점이라 나는 깊은 의미가 있는 줄 알았는데, 편의점에 손님들이 원하는 물건이 많지 않아 그렇다는 내용이 있었다. 다소 허탈하기도 했지만, 불편한 편의점은 편의점과 묘하게 어울리기도 했다. 오히려 나에게 ‘불편한 편의점’이 더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없는 편의점이기 때문이다. 노숙자 ‘독고’를 데리고 편의점으로 들어왔을 때 처음에는 상황이 좋아지다가 은혜를 저버린 배은망덕한 노숙자로 변신하여 염여사의 등에 칼을 꽂아야 현실에 나타나는 ‘편안한 편의점’이 된다.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요즘 세상이니까. 소설 속의 편의점은 내 믿음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에선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은혜를 갚는다지만, 모르는 노숙자를 데리고 와서 한 번의 호의도 아니고, 편의점을 믿고 맡겨놓다니. 거기다 그 노숙자는 그 편의점에서 일하는 시간을 훨씬 넘겨 청소도 하고 뒷정리도 할 뿐만 아니라 동네 할머니까지 단골로 만들어 놓는 재주까지 지녔다. 게다가 노숙자 ‘독고’는 손님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잘 관찰하여 손님이 원하거나 필요한 게 있으면 제공한다. 모르는 사람의 관찰을 받거나 친절을 불쑥 받는다면 얼마나 불편한가.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편의점은 거르고 다른 곳으로 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리 현대인에겐 이런 편의점이 불편할 거고 소설 제목대로 ‘불편한 편의점’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존재하는 편의점과 거리가 멀어서 불편한 편의점인 게다.
  소설 속의 편의점은 옛날 시골에 있던 큰 나무 그늘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동네에는 큰 나무 밑에 동네 어른들이 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곤 하셨다. 나는 직접 끼어들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으나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았을까? 요즘 현실에선 그런 장소가 없다. 동네가 있어도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도 서로 인사도 안 하는 현실이다. 아파트에 살면 이사도 잦아서 누가 이웃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작가는 현실에서 이런 옛날이 그리웠던 건 아닐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스한 정이 오고 가는 그런 모습 말이다. 내게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소설이니깐 괜찮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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