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줄거리
고등학교 3학년생인 ‘준영’은 모든 학생이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다시 학교로 등교한다. 집이 파산해 아버지가 사라진 후 집에 전기도 끊기고, 아버지를 찾는 사람을 피해 집을 나온다. 따로 지낼 곳이 없어 학교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면서 교실에서 밤을 보낸다. 얼마 안 있어 학교에 책 도둑이 있다는 괴담이 퍼지기 시작하자, ‘준영’은 학교가 불편해진다. 이런 ‘준영’의 상황을 눈치 챈 전교 회장인 ‘지혜’가 제안을 한다. 전교 1등의 노트를 훔쳐오면 ‘준영’의 비밀은 지켜준다는 계약을 맺고 ‘준영’이 지낼 학교 창고를 소개해 준다. 집에서 짐을 가져다 그 창고를 자기 방인 듯 꾸미기 시작하고, 학교 곳곳에 이름을 짓고 정을 붙여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다른 반 교실에 들어가 사물함을 뒤적이다가 ‘또각’거리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다. 그 뿐만 아니라 자기가 지내는 창고에서 ‘내 집에서 나가’라고 쓰인 낙서를 발견한다. 자기 외에 다른 사람이 학교에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와 같이 학교에서 같이 지내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전교 회장인 ‘지혜’가 전교 1등의 노트가 왜 필요한 지가 엉키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2. 느낀 점
같은 장소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르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거쳐가는 학교라는 장소도 각자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된다. 이는 각자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인공 '준영'에게도 학교는 특별할 것 없는 장소지만, 일상을 학교에서 시작하고 마치면서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친구들 사이에서 오해를 받게 되자, 준영에게 학교는 불편한 장소로 변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장소 자체가 아니라, 그 장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집이 학교보다 못한 상황도 있을 수 있고, 학교가 감옥보다 더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학교가 집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법이다. 저마다 사정과 사연이 있으니까
오랜만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을 읽었다. 그래서일까? 마치 옛날 캠코더로 찍어 잡음이 섞인 실시간 다큐멘터리를 보는 느낌이었다. 전교 회장 '지혜'가 불쑥 나타나 '난 네가 범인인 것을 알아.'라고 말할 때도 그랬고, 주인공과 함께 면학실에서 공부하던 옆자리 아이가 범인이라는 내용의 전개도 그랬다.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된 이유는 '그래, 누가 범인인지 알아보자.'는 마음이었다. 중간에는 주인공의 아버지가 집을 나가신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그가 범죄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주인공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대목까지 나와서 잠시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범죄자 추리 소설인 걸까? 아버지 방이 엉망이라는 대목도 있었는데, 주인공이 아버지를 살해하고 그 흔적을 감춘 것일까?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결국 소설을 끝까지 읽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주인공 '준영'의 시각에서만 학교를 바라보지 않고, 함께 학교에서 생활하는 다른 인물들의 시각도 함께 전개했더라면 조금 더 친절한 소설이 되지 않았을까? 마지막에 가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지만, 끝까지 읽고 난 후의 허탈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여러 가지를 모두 담고 싶었던 걸까? 학교의 냉랭한 이미지와 고3의 현실, 친구 사이의 따뜻한 우정까지 모두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만약 '네가 소설을 써라.'라고 한다면 당연히 잘 쓰지 못한다. 나는 그저 소설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걸로 만족한다. 재미있는 소재였지만, 어딘가 1% 부족한 느낌은 무엇일까? 심사 위원이 이 소설을 우수하다고 평가했지만, 내 부족한 머리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